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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대기]과천고 유형진, '터줏대감' 언남고 침몰시킨 '거미손'..."2년 전 쓰라림 절대 잊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8-06-09 오후 2:30:00 | 최종수정 2018-06-09 14:30

고교축구 신흥 강자 과천고(경기)가 '터줏대감' 언남고(서울)라는 거대한 산을 뛰어넘었다. 한 경기를 더 치르는 악조건 속에서도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를 낚아채며 8강 초대장을 움켜쥐었다. '거미손' 유형진의 선방쇼는 언남고의 벽을 파괴한 지름길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와 함께 승부차기에 강한 면모를 잘 유지하며 팀을 승리의 길로 인도했다.

과천고는 8일 강릉 강남축구공원 1구장에서 열린 2018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16강에서 언남고와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전날 원주문막FC U-18(강원)과 20강에서 가까스로 2-1 승리를 낚은 과천고는 이날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도 언남고에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어내며 8강 초대장을 확보했다. 3년 연속 토너먼트 상위 입상(2016 금강대기 준우승, 지난 시즌 부산MBC배 3위)에도 청신호를 켰다.

전날 원주문막FC U-18 전에서 대혈전을 치른 과천고는 이날 본래 포백을 버리고 스리백 카드라는 '겜블'을 꺼내들었다. 체력적인 피로도에다 언남고가 에이스 김승빈과 이상진 등의 콤비네이션, 기동력, 투지 등이 워낙 위력적인 팀이라 수비에 안정을 두면서 틈새 겨냥에 주력하는 패턴을 내세웠다. 분명 위험성이 큰 선택이었지만, 과천고의 '겜블'은 오히려 옳았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유기적인 커버플레이 등으로 상대 김승빈, 이상진 등에 향하는 볼 줄기를 적절하게 커트해냈고, 커뮤니케이션과 간격 유지 등도 제법 잘 이뤄지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낳았다.

골키퍼 유형진의 육탄방어를 빼놓고 이날 언남고 전을 논하기 어렵다. 유형진은 한박자 빠른 몸놀림을 통해 상대 슈팅 각도를 좁히면서 쉽사리 틈을 내주지 않았고, 선수들의 동선 정비와 라인 컨트롤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팀 밸런스 안정에 힘을 보탰다. 언남고가 김승빈, 이상진 등의 콤비네이션을 통한 측면 크로스를 적절하게 커트해내는 캐칭 능력은 '캡틴' 김경민과 송주헌 등 나머지 선수들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촉진시켰고, 포백 수비라인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공간 최소화를 꾀하는 등 후방을 튼실하게 책임졌다.

필드플레이어 못지 않은 정확한 킥력은 팀의 역습 전개에 든든한 시발점이었다. 지공 상황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정확하게 뿌려주는 볼 줄기는 김강현과 김권희 등 발빠른 자원들의 역습을 활용하는데 안성맞춤이었고, 상대 수비 집중력 역시 절묘하게 분산시켰다. 포백 수비라인 앞까지 내려와 안정된 볼 처리로 상대 템포를 저지하는 등 폭넓은 수비영역도 훌륭했고, 이는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언남고의 높은 볼 점유율에도 과천고가 집중력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유형진의 수훈이 결정적이었다.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라는 잔혹한 운명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유형진은 승부차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특히 그의 선방쇼가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던 상황부터 빛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2번째 키커 '캡틴' 김경민의 실축으로 불안감이 컸던 상황이지만, 상대 3번째 키커인 허정훈의 볼을 정확하게 막아내며 분위기를 금세 반전시켰다. 3번째 키커 선방의 효과는 나머지 선수들에 고스란히 전파됐다. 과천고는 김경민의 실축 이후 3명의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고, 유형진은 5번째 키커 안성민의 볼까지 정확하게 막아내면서 팀에 뜨거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어제 원주문막FC U-18 전에 이어 백투백 일정이라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오늘 언남고 역시도 우리 입장에서 상대하기에 굉장히 버거운 상대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선수들끼리 어제 밤부터 하나로 뭉치면서 서로 한 발 더 뛰자고 약속했다. 그게 오늘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전날 뛴 여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로 잘 뛰어주는 요인이 된 것 같다. 오늘 감독님께서 처음 스리백을 내세우셨다. 언남고가 10번(김승빈), 77번(이상진) 등의 콤비네이션이 좋기에 안으로 치고들어올 때 맨투맨으로 잡고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에 집중했다. 선수들끼리 서로 다독여주면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게 결과로 이어져서 흡족하다."

"오늘 (김)강현, (박)기우, (김)명순, (김)권희, (유)태환이 등 동료 선수들이 앞에서부터 잘 버텨준 덕분에 수비에서도 큰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10번, 77번 선수 등에 대한 맨투맨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언남고의 강한 압박에도 앞에서부터 부딪힌 것이 유효했다. 운동능력이 좋았으면 진작 필드플레이어를 했을 것이다(웃음). 그래도 지금은 골키퍼 포지션이 좋다(웃음). 승부차기에 강한 모습은 특별한 것보다는 상대 선수들이 설 때 요란한 동작을 취하게 된다. 이 부분을 볼 때 시선이 흔들리면서 뭔가 느낌이 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승부차기에 자신있는 편인데 오늘 팀 승리를 견인한 것 같아서 기쁘다."

좌항초-용인FC U-15 원삼(이상 경기) 출신인 유형진은 1학년때부터 이헌구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팀의 부동의 수문장으로서 발군의 역량을 뽐내며 대체 불가의 위용을 입증하고 있다. 안정된 캐칭 능력과 수비 리딩 등을 바탕으로 팀의 후방을 견고하게 책임지는 것은 물론, 경험과 면역력 등도 한 뼘 증대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제 유형진의 시선은 8강을 향해있다. 맞상대가 다름아닌 '디펜딩 챔피언' 영등포공고(서울)이기 때문. 지난 대회 결승 당시 영등포공고에 패하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한데다 유형진 스스로도 당시 필드에서 패배의 쓰라림을 맛본터라 두 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영등포공고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고, 언남고와 마찬가지로 상대하기 굉장히 버거운 상대다. 지난 대회 결승 당시 우리가 패했던 팀이라 쓰라림이 더하다. 지금 우리 팀 선수들 중 지난 대회 때 뛰어본 선수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오늘 언남고 전도 좋은 모습으로 승리를 가져왔듯이 영등포공고 전도 잘 준비해서 전투적으로 부딪힐 생각이다. 그렇게만 되면 좋은 경기가 가능하리라 본다. 선수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면서 집중력을 잘 유지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고, 지난 대회 쓰라림을 꼭 해소하고 싶다." -이상 과천고 유형진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jh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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