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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기사입력 2011-04-07 오전 11:55:00 | 최종수정 2011-04-07 11:55

주중 저녁 경기, 정규리그도 아닌 리그 컵 대회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핵심 선수들이 너무 많이 빠졌다. 1.5군이 아니라 거의 2군(R리그) 선수들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을 찾은 2351명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력을 이끌어낼 수가 없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6일 오후 7시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컵 대회 A그룹 대구 FC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낸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입장료 반환 청구 소송이라도?

지난해 안방 불패의 기록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당당히 2010 K-리그 준우승의 업적을 남긴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홈 경기에서 패하면 다음 경기에 해당 관중들을 무료로 입장시킨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와 비슷하게 새내기 팀 광주 FC도 오는 9일 벌어지는 상주 상무와의 안방 경기에서 패하면 다음 경기에 관중들을 그냥 들여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2004년 3월 1일부터 꼬박꼬박 인천월드컵경기장과 숭의종합경기장을 찾았던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재미 없는 경기는 정말로 처음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른 구단 이야기이지만 리콜 제도가 떠올랐다. 8만 원 주고 구입한 2011 시즌권을 네 경기만에 반환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일어났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일요일(4월 3일) 낮 경남 FC와의 창원 방문 경기(1-2패)를 치르고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 토요일(4월 9일) 낮 포항 스틸러스와의 정규리그 방문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주중에 열린 컵 대회 경기에는 유병수, 바이야, 카파제 등 핵심 선수들을 내보낼 수가 없었다.

이런 경기 일정을 한두 번 겪어본 것이 아니니까 거의 2군 선수들이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경기력이면 정말 곤란하다. 축구장에서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틀 전 구단 공지사항을 통해 홈 경기 득점 볼 경매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인천 선수들이 안방 경기에서 골을 넣을 경우 득점 선수가 직접 사인을 해서 경매에 부친다는 것이다.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하니 기특한 발상이라 생각했다.

 
킥 오프 직전에 유준수 선수가 차올려 준 인천 유나이티드 FC 사인 볼
ⓒ 심재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벤트 공지 후 첫 경기에서 골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경기력을 보였다. 함께 관중석에 앉은 직장 동료의 초등학교 3학년생 딸아이에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킥 오프 직전에 인천 골잡이 유준수 선수가 차 올려준 사인 볼을 잡아서 그 친구에게 선물로 줄 수 있었던 것이 이 경기장을 찾은 유일한 수확이었다고 할까?

감동까지 바라지 않는다

안방 팀 인천은 문지기 윤기원, 왼쪽 미드필더 장원석, 오른쪽 미드필더 안태은, 공격수 김명운과 유준수 정도만 내세울 인물이었다. 방문 팀 대구에도 수비수 이상덕과 유경렬, 공격수 황일수 정도만 눈에 들어왔다.

축구를 선수 얼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 얼굴보고 경기장에 찾아오는 팬들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빡빡한 리그 일정상 그것이 분명히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 경기는 유난히도 모자란 경기 장면으로 가득했다.

시원스러운 패스가 2~3차례 이어지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무모한 뻥 축구를 자주 시도했다. 필드 플레이어 사이에 약속된 공격 작업은 더욱 눈에 띄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 공식 기록지에 유효 슛 기록이 몇 개 정도 올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경기장에서 느낀 체감 유효 슛은 대구 FC의 공격수 둘(황일수, 김민수)이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이를 막아내느라 고생한 인천 문지기 윤기원이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경기 종료 직전 얻은 21미터짜리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인천 미드필더 장원석(오른쪽)이 준비하고 있다.
ⓒ 심재철
 
 

그나마 인천의 공격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종료 직전에 대구 FC 벌칙구역 반원 밖 21미터 지점에서 공을 놓고 찬 장원석의 왼발 직접프리킥 장면뿐이었다. 이 공은 아슬아슬하게 대구의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의 구호를 '우리의 열정 놀이터, K-리그'로 정했다. 아무리 2진급 선수들의 맞대결이라고 해도 그 구호처럼 '열정'이 느껴질 수 있는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정말 감동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두 바퀴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의 마스코트 '유티'에게 더 시선이 끌리기도 했고 과거에 이곳을 찾아와 관중을 즐겁게 해 주었던 가수 장윤정씨, 변진섭씨, 아이유씨가 그리울 정도였다.

이제 17일 낮 3시 성남 천마 선수들이 찾아왔을 때 이곳에서 다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마스코트 '유티'
ⓒ 심재철
 
글: 넷포터 심 재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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