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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11m 러시안룰렛’에 울고 웃는 학원축구 전국대회 현장
기사입력 2018-02-07 오후 5:46:00 | 최종수정 2018-02-07 오후 5:46:27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일제히 개막된 초--고등학교 전국 축구대회, 승패에 울고 웃는 현장을 들어다 봤다. 특히 팽팽한 접전 끝에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결과에 선수들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승부의 세계가 냉혹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혹자는 승부차기를 ‘11m 러시안룰렛이라고 부른다. 승부차기에 나서는 키커와 골키퍼 사이의 심리전을 회전식 연발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몇 사람이 차례로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러시안룰렛에 비유한 말이다. 심리적 부담감은 키커가 더 크다. 골키퍼에게는 5번의 기회가 있지만 키커는 한 차례 슛 기회밖에 없으니 부담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70~80% 성공률 승부차기 울렁증

승부차기에서 공을 차는 지점과 골라인의 거리는 11m.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0.4,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데는 약 0.6초가 소요된다. 이론적으로는 키커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공을 차면 골키퍼는 막기 힘들다. 그러나 승부차기(페널티킥 포함) 성공률은 70~80%. 이론상 100%에 가까운 수치가 나와야 하지만 5번 차면 1번 또는 2번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 승부차기 실패의 원인으로 학자들은 심리적인 부분을 거론한다.

승부차기 키커는 킥을 하기에 앞서 여러 선택을 한다. 골키퍼를 중심으로 좌우 또는 중앙, 골대 위와 아래 등 다양한 슈팅 방향을 고민한다. 그리고 골키퍼의 움직임까지 예상한 뒤 방향을 최종 결정해 슛한다. 그 짧은 순간에 키커와 골키퍼의 심리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키커는 실패의 두려움에 휩싸인다. 키커에게 주어진 기회는 한 차례뿐이다. 특히 팀이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뒤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커진다.

반드시 공을 골대 안으로 차야 하지만 강도가 약하면 골키퍼에게 막힐 수 있다. 이 때문에 강도와 정확도 사이에서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심리적인 갈등이 짧은 순간 머리를 스친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과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계산이 실수를 유발한다. 슈팅한 공이 골대를 크게 벗어나거나 공을 제대로 차지 못하고 땅을 차는 경우 등이 그 결과물이다.

승부차기에 유독 부담을 갖는 선수들도 있다. 이들은 실패의 경험 때문에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는 걸 꺼린다. 대표적인 이가 오른발 킥의 달인으로 불리는 지금은 은퇴한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다. 베컴은 오른발 킥과 크로스의 정확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페널티킥에서만큼은 그의 오른발이 효력을 잃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로2004 예선 터키와의 경기다. 경기 도중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베컴이 키커로 나섰지만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대회 본선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서 베컴은 또다시 페널티킥을 찼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마지막은 8강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베컴은 공을 공중으로 날려버려 홈런을 기록했다. 3번의 끔찍한 경험으로 베컴은 페널티킥 키커 역할을 영원히 반납했다.

국내 선수 가운데서는 이영표(KBS 해설위원)를 꼽을 수 있다.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4강 이란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에 실패했다. 당시 이동국(전북) 등 많은 선수에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실했다.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영표는 승부차기를 성공하지 못했고, 한국은 결국 이란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던 이영표는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승부차기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반복 훈련과 준비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감독들은 승부차기를 훈련하며 유독 강점을 보이는 선수를 찾는다. 훈련 과정에서 승부차기를 여러 차례 해 심리적 압박감을 잘 이겨내는 선수를 찾아 승부차기 순번을 정한 뒤 경기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그 좋은 예를 2002년 월드컵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대표팀을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16강전부터 승부차기를 훈련했다. 그 효과는 8강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5번 모두 성공해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시 키커는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 홍명보 등이었다. 박지성은 고교 시절 전국대회에서 승부차기에 실패했던 경험으로 부담감이 있었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는 이를 이겨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2002년처럼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2011년 아시안컵 한일전 승부차기가 그랬다. 조광래(대구FC 사장) 감독은 이란과의 8강전부터 훈련 과정에서 승부차기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을 준비시켰다. 8강전은 승부차기 없이 끝났고, 4강 일본과의 경기에서 마침내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03 완패였다.

이후 조 감독은 적지 않은 비난에 시달렸다. 키커 선정 때문이었다. 킥은 좋지만 경험이 부족한 구자철에게 부담감이 극심한 첫 번째 키커를 맡긴 게 도마에 올랐다. 좀 더 경험이 많은 선수를 먼저 기용했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당시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던 멤버들을 보면 조 감독의 선택만 비난할 수는 없다. 조 감독은 경기 전부터 팀에서 킥 감각이 가장 좋은 구자철을 1 기성용을 5번 키커로 결정해놓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은 셈이었다.

승부차기에 유독 강한 골키퍼 이운재(수원 골키퍼 코치)의 말 속에 키커가 가지는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골을 허용한다 해도 심적으로 부담이 안 된다. 키커는 5명이고 그들에겐 한 번씩 기회가 있지만 골키퍼에게는 5번 기회가 있다. 침착하게 기다리다 보면 한두 번은 반드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때문에 승부차기는 절대적으로 골키퍼가 유리하다.”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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