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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이태현, 만년 약체 팀 도약 이끈 '에너자이저'…"2016년 성과 반짝 아니라는 것 보여주겠다"
기사입력 2016-10-31 오후 1:32:00 | 최종수정 2016-10-31 오후 1:32:22

▲오랜 시간 부상과 재활 등으로 힘든 선수 생활을 이어온 뒤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발산하며 오뚝이처럼 일어선 경기대 이태현의 모습 ⓒ K스포츠티비 

만년 약체의 이미지가 짙었던 경기대의 2016년은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끈끈한 팀워크와 강한 정신력 등을 바탕으로 오랜 패배주의를 말끔히 떨쳐내며 도약의 기틀을 성공적으로 마련하는 소득을 남겼다. 그 중심에는 '에너자이저' 이태현(3학년)이 버티고 있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내실있는 플레이로 팀에 '소금'을 팍팍 뿌려주며 가치를 어필했다. 이태현의 활약상은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을 기약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을 정도다.

이문초-중동중(이상 서울)-삼일공고(경기) 출신인 이태현은 그동안 가지고 있는 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인물 중 하나였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안정된 경기운영과 왕성한 활동량 등을 바탕으로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묵직한 슈팅력을 통해 경기 흐름도 뒤바꾸는 '타짜' 기질도 장착하며 팀 플레이의 윤활유 역할을 확실하게 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기여도를 세우는 이태현의 존재는 나머지 선수들까지 반사이익을 누리게 하는 최적의 무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공격포인트보다 전체적인 경기운영 등에 비중을 높인데다 수비보다 공격에 환호하는 스포츠의 특성도 스포트라이트를 외면한 요인이었다.

삼일공고 졸업 이후 경기대에 보금자리를 튼 이태현이지만, 대학 생활은 그야말로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1학년 때는 전임 박동규 감독(現 경기도축구협회 부회장)의 두터운 신뢰 속에 리저브로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며 성인 축구의 면역력을 키운 이태현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기존 선수들과 성공적으로 어우러지며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고교보다 템포와 압박, 몸싸움 등이 월등한 대학무대의 특색에 젖어들기 시작하면서 자신감과 경험 등도 한 뼘 축적됐다. 팀이 저조한 성적으로 하위권을 맴돈 것을 제외하면 대학에서의 첫 시즌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장밋빛 미래'가 도사리는 듯 했다.

그런 이태현에게 시련은 운동선수의 가장 큰 적인 부상에서 시작됐다. 지난 시즌 왼쪽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것. 경기대 자체가 지난 시즌 정광민 감독 부임 등으로 팀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시기였던데다 성인 무대에 대한 자신감 등까지 향상된 것을 고려하면 충격은 상당했다. 이로 인해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자신감과 경기력 등 또한 덩달아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1년간 재활이라는 고독한 싸움에 접어든 이태현은 뼈를 깎는 노력과 강한 정신력 등을 바탕으로 간신히 팀 전열에 합류했지만, 시즌 초반 부상 부위가 다시 재발하며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졸지에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붙어다니며 심리적인 부분도 위축되기에 이르렀다.

"신입생 때는 진짜 정신없이 뛰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많은 믿음을 보내주셨고, 가지고 있는 역량을 다 쏟아붓자는 각오로 하다보니 경기 출전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상으로 1년을 통째로 날리면서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자신감도 많이 결여됐고,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 역시 가득했다. 재활을 거치고 1년만에 복귀했다가 올 시즌 초반 다쳤던 부위가 재발하면서 다시 수술했다. 고학년에 진급하면서 뭔가 보여주려는 욕심이 가득했는데 부상으로 운동을 많이 못하다보니 팀에 미안함이 컸던 시기였다. 올 시즌 초반까지는 힘들었던 나날들이 계속됐다."

▲지난 7월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린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고교은사인 삼일공고 박금렬 감독과 삼일공고 출신 선후배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태현(우측)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이처럼 어두운 터널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 했지만, 이태현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팀 자체 훈련 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 빈도도 높이면서 스스로를 독하게 채찍질했고, 지속적인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경기력 회복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 정광민 감독의 굳건한 믿음은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좋은 터닝포인트였다. 정 감독은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실의에 빠질 수 있었던 이태현에 자신감을 북돋아줬고, 경기 감각 저하의 우려에도 그를 과감히 경기에 출전시키며 동기부여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즌 중반 팀 전열에 합류한 이태현은 정 감독의 신뢰 속에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하나둘씩 회복하며 팀내 기여도를 높여나갔다.

이전까지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이태현은 정 감독의 권유로 사이드 어택커 전향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팀 스쿼드와 전력 등이 기존 명문팀들보다 취약한 경기대의 '플랜'에서 이태현의 왕성한 활동량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등은 측면 플레이의 빈도가 높은 현대축구의 흐름에 그대로 부합하는 요소였다. 초반에는 수비 위치선정과 밸런스 유지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해 사이드 어택커 포지션의 면역력을 증대시키며 경기대의 역습 축구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상대 공격라인을 족쇄시키는 수비력과 함께 저돌적인 오버래핑 등으로 팀 플레이의 무게감을 높이는 특색은 어느새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먹거리가 됐을 정도다.

"우리 팀 선수단 전체가 정광민 감독님 부임 이후 팀 분위기와 경기력 등이 올라갔다는 것을 피부로 확실히 느끼고 있다. 나 역시도 부상 복귀 후 고학년으로서 책임감을 가자고 열심히 하다보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사실 부상 복귀 후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아 감독님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는데 감독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신 것을 토대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를 보다가 사이드 어택커로 포지션을 전향하게 됐다. 초반에는 수비 위치선정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 포지션에 적응력이 생겼고, 오히려 플레이를 펼치기에도 수월한 부분이 많다."

U리그 4권역에서는 연세대와 용인대, 단국대 등의 위세에 눌려 일찌감치 챔피언십 진출 실패의 쓰라림을 맛봤지만,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는 열망 만큼은 굳건했다. 추계연맹전 직전 경북 영덕으로 하계 전지훈련을 다녀온 경기대는 수비 조직력과 팀 밸런스 안정 등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패배주의 타파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U리그 4권역 당시 기존 팀들과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곱씹었던 전례들이 수두룩했던 만큼 서로 믿고 다독여주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대형 사고'를 저지르겠다 야망을 끓게 만들었다. 이태현 역시도 추계연맹전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등 머릿속에 온통 대활약이라는 일념이 남달랐다.

지난 7월 추계연맹전은 경기대 선수단 전체에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경기대는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뒤엎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팀워크와 강한 정신력 등을 바탕으로 기존 팀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정 감독 부임 2년차를 맞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흡수력이 점차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고학년과 저학년 가릴 것 없이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며 경기의 질을 덩달아 끌어올렸다. 이는 결선 토너먼트에서 홍익대, 성균관대, 단국대 등 우승후보들을 줄줄이 쓰러뜨리는 중요한 밑천이었다. 비록, 결승에서 영남대의 화력쇼를 막아내지 못하며 패배의 쓰라림을 맛봤지만, 오랜 패배주의를 벗고 값진 준우승을 일궈내는 소득을 남겼다. 이태현은 공-수에서 내실있는 플레이로 힘차게 날아오르며 팀의 준우승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 시즌 대학축구 무대 최고의 한해를 보낸 이태현, 그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이를 통해 팀이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추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단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 정광민 감독의 우측이 이태현 ⓒ 사진 이 기 동 기자

추계연맹전 직전 경북 영덕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었다. 당시 U리그 챔피언십 진출이 일찌감치 어려워졌기에 선수단 전체가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나 역시도 팀이 잘 되야 내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에 팀 훈련과 개인 훈련 모두 최선의 노력을 쏟으려고 했다. 경기대는 전 학년 모두 서로 믿고 신뢰하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추계연맹전에서도 강제성을 띄기 보다는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것에 집중했다. 4학년 형들의 마지막 토너먼트 대회인 만큼 후회없이 즐기려고 노력했는데 경기를 거듭하면서 경기력이 올라선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부상으로 힘든 시간들이 많았어도 감독님께서 믿어주신 덕분에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팀도 홍익대, 성균관대, 단국대 등 우승후보들을 맞아 승리하는 결과를 얻은 것 같다. 비록,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선수단 전체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얻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사실 경기대는 축구부보다 배구부의 인지도가 여전히 높은 학교다. 그동안 각 종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함께 '아시아의 거포' 장윤창(경기대 교수), '삼손' 이상열(경기대 감독), 신영철(한국전력 빅스톰 감독), 문성민(현대캐피탈) 등 기라성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배출하며 가치를 드높였다. 최근에도 최홍석, 박진우(이상 우리카드),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이상 OK저축은행) 등을 축으로 대학배구리그 3연패(2011~13)를 달성하는 등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오랜 기간 배구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볼 기회가 없었지만, 추계연맹전 직후 경기대 축구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준우승을 일궈내면서 학교와 교직원 등의 관심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고교와 프로, 실업팀 등의 시선 또한 한층 높아졌다. 추계연맹전 직후 U리그 4권역 막판 레이스에서도 경희대, 용인대 등과 대등한 승부를 보여주는 등 내실도 확실하게 기하고 있다.

"경기대 체육부 전체가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데 그동안 배구부가 워낙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부러운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매번 예선탈락의 쓴맛을 본 탓에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향이 업지 않았다. 하지만, 추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거둔 이후 확실히 축구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강의를 들어갈 때도 교수님들께서 축구부가 성적을 냈으니 아낌없는 격려를 해달라고 말씀해주실 만큼 교직원 분들께서도 축구부에 많은 관심과 응원 등을 보내주신다. 대학 입학 후 처음 상위 입상을 맛본데다 배구부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나도 추계연맹전 직후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고, 팀의 인지도가 올라섰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분이 좋다. 2016년 후회없는 한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정광민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태현은 내년 시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추계연맹전 준우승으로 상대 팀들의 견제가 더웃 빗발칠 공산이 높은데다 내년 시즌 최고참으로 신분이 상승되는 만큼 여러모로 책임감과 사명감 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와 함께 경기력의 기복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꾸준한 경기력 유지라는 숙제도 남은 기간 풀어야 된다. 대한민국 20대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이라는 중대 기로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한 만큼 남은 기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낼 태세로 가득하다. U리그와 각 종 토너먼트 대회 등에서도 추계연맹전 준우승의 성과가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태현의 활약은 경기대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잣대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태현의 구상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올 시즌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동계훈련부터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가 U리그 권역 리그에서 매번 하위권을 맴돌았는데 내년 시즌에는 준비 과정부터 착실하게 밟아서 기존 강팀들과 좋은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 선수들도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아는 만큼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아직 스피드가 부족하고 경기력에 기복이 심한 편이라 남은 기간 이 부분을 수정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내가 부지런히 팀을 위해 뛰어줘야 팀과 나 자신 모두 잘 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너무 의식하면 경기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에는 U리그 챔피언십 진출과 함께 토너먼트 대회에서도 다시금 상위 입상의 희열을 느끼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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