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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임선주 "남다른 '파이터 기질'과 질식수비로 통합 3연패 '감초', 이제는 한국 여자축구 첫 올림픽 진출에 '올인'
기사입력 2015-11-11 오후 9:13:00 | 최종수정 2015-11-11 21:13

WK리그 최강 현대제철이 한국 여자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영원한 라이벌 이천 대교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사상 첫 WK리그 통합 3연패의 대위업을 작성했다. 올 시즌은 WK리그가 홈앤드 어웨이 정착 이래 홈 구장을 처음으로 확보한 상황에서 이뤄낸 우승이라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붙박이 센터백 임선주의 '그림자 수비'는 3연패 달성을 제대로 맛깔나게 입혔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와 안정된 수비 리드 등으로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내며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센터백으로서 진면목을 과시했다.

현대제철은 9일 인천 남동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대교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1차전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현대제철은 대교의 거센 저항에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하며 2013년 이후 통합 3연패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올 시즌 여자선수권에 이어 '더블'도 일궈내며 WK리그 최강의 자존심을 당당하게 지켜냈다. 지난 10월 제96회 전국체전에서의의 아쉬운 3위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꼴이 됐다.

이날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희대의 명승부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엄청난 '빅 재미'를 낳았다. 경기 내내 대교와 팽팽한 접전을 펼친 현대제철은 연장 전반 7분 김상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는 듯 했으나 연장 종료직전 이세은이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비야가 침착하게 꽂아넣으며 가까스로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에서도 현대제철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상대 2번째 키커 쁘레치냐의 실축에도 4번째 키커로 나온 김나래가 실축을 범하며 승부가 안갯속으로 치닫는 듯 했으나 골키퍼 김정미가 상대 5번째 키커 전민경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현대제철은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정미가 직접 골로 마무리하며 '인천 극장'의 퍼즐을 제대로 완성했다.

붙박이 센터백 임선주의 헌신은 현대제철의 3연패 달성에 소중한 지표였다. 변함없이 김도연과 파트너십을 이룬 임선주는 탁월한 위치선정과 커버플레이로 상대 문미라, 박지영, 김상은 등의 공간 침투를 적재적소에 차단하며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상대 패스 루트를 재빨리 간파하는 영리함으로 나머지 선수들에 큰 안정감을 심어줬고, 빠른 스피드로 상대 움직임을 끝까지 쫓아가는 '파이터 기질'도 압권이었다. 강한 투쟁력을 바탕으로 공중볼 경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나타내는 등 '통곡의 벽'으로서 강력한 위용을 뽐냈다.

'거미손' 김정미, 김혜리, 김도연 등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 수비라인 선수들과 함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밸런스 유지와 라인 컨트롤에도 충실하는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임선주의 역량은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도드라진다. 임선주는 안정된 볼 키핑과 빌드업 전개 등으로 팀의 원활한 공격 작업도 도모했다. 볼을 무리하게 끄는 것보다 재빨리 동료 선수들에 볼을 공급하면서 템포 조절도 매끄럽게 완성시켰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위협적인 공격 가담까지 선보이는 등 실속도 알찼다.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임선주의 투혼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오늘 대교가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오면서 굉장히 힘든 경기였다. 선제골을 먼저 내주면서 모든 선수들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교 선수들이 다 끝날 무렵 헹가레까지 준비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통합 3연패를 일궈낼 수 있었다. 대교와는 항상 라이벌 의식이 강한데 이겨야 된다는 일념 하나가 좋은 결실로 연결됐다. 올 시즌은 뭘 해도 되는 해인 것 같다. 경기력이 좋지 않음에도 승리를 계속 따냈고, 감독님께서도 로테이션 시스템을 잘 해주셔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올 시즌은 홈 구장 확보 이래 첫 시즌인데 통합 3연패까지 일궈내서 더 의미가 깊다."

임선주의 2015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나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부터 발목과 오른팔 인대 등 부상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 6월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도 부상 여파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며 마음고생이 적지않았다. 더군다나 여자월드컵의 경우 12년만에 밟은 무대였기에 출전하지 못한 쓰라림은 더했다. 그럼에도 임선주는 '오뚝이 정신'으로 다시 일어섰다. 부상 복귀 이후 지난 8월 동아시안컵 대회를 통해 페이스를 회복한 임선주는 이후 소속팀에서도 기복없는 경기력으로 현대제철의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내며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김정미, 김혜리, 김도연 등 대표팀에서도 줄곧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과 최상의 시너지 효과도 연출하는 등 최인철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초반에는 부상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자월드컵은 출전하지 못할 뻔하다가 엔트리에 올랐는데 출전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열심히 몸을 만들고 기다리면서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안컵 대회를 기점으로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페이스도 회복했다. 그 부분이 소속팀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김)혜리와 (김)도연 언니, (김)정미 언니와는 말 하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될지를 잘 알기에 플레이를 펼치기에 굉장히 수월하다. 최인철 감독님께서도 항상 많은 믿음을 심어주셔서 다시 올라설 수 있었다."

노형초(제주)-현대청운중-현대정보고(이상 울산)-한양여대(서울) 출신으로 U-19, 20 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거친 임선주는 홍정호(아우구스부르크)와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흡사한 스타일로도 눈길을 끈다. 188cm의 큰 키에 제공권과 스피드 등을 겸비한 홍정호와 안정된 수비 리드와 빌드업 전개 등을 고루 갖춘 장현수의 스타일을 절묘하게 혼합하며 A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임선주에게도 우승의 여운을 그렇게 오래 즐길 겨를은 없다. 이는 다름아닌 내년 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북한 전 당시 치명적인 실수로 추가골을 내주며 눈물을 머금었던 임선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춘 일본과 북한 등의 틈 바구니 속에서도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올림픽 출전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하다. 붙박이 센터백 심서연(이천 대교)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하며 팀내 비중은 더욱 커졌지만, 오랜 기간 같이 호흡을 맞췄기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우려는 없는 상황이다. 유관 단체 등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남자축구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최근 각 급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부분도 임선주를 춤추게 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심)서연 언니의 역할이 너무 커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그에 못지 않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항상 (홍)정호 오빠와 (장)현수 등 남자 A대표팀 센터백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내 실수로 준결승 때 패했기에 이번에는 북한, 일본 등을 상대로 기필코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아직 남자축구에 비하면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팬클럽 결성으로 힘을 실어주시는 부분이 우리에게 든든한 에너지원이다. 앞으로 여자축구를 많이 사랑해주시면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아직 한국 여자축구가 올림픽 출전이 없기에 이번에는 꼭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이상 현대제철 임선주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jh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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