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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의 스승 이승욱 감독, "창훈이는 축구를 바라보는 시야와 이해력이 남달랐던 선수다"
기사입력 2015-09-11 오후 11:25:00 | 최종수정 2015-09-19 오후 11:25:28

▲지난 9일 새벽 끝난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한국의 3-0 승리에 일조한 권창훈의 모습 ⓒ 사진출처 대한축구협회

'흙 속의 진주' 발굴에 여념이 없는 A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또다른 히트작은 권창훈(수원 블루윙즈)이다. 22살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만큼 노련한 경기운영과 순도높은 결정력, 강력한 왼발 슈팅력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다. 유망주 딱지를 떼고 차세대 스타로 군림하며 '막내의 반란'도 제대로 써내렸다. '권창훈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렸다.

권창훈은 여느 또래 선수들과 다르지 않게 2002한.일월드컵을 보고 축구의 꿈을 키워온 '월드컵 키즈'다. 어린 시절부터 각 종 스포츠를 폭넓게 섭렵한 권창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희초(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축구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권창훈에게 축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4학년 말 영희초의 해체로 양전초(서울)에 새 보금자리를 튼 권창훈은 뛰어난 기량과 재능에도 팀 성적이 변변치 못했던 탓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권창훈에게 축구 명문 중동중(서울) 진학은 '신의 한 수'였다. 명 조련사 이승욱 감독(現 수동FC U-15 감독)의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기본기와 테크닉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고, 개인 훈련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근면 성실까지 가미되며 기량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2학년때부터 1살 위의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권창훈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춘계연맹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상까지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어필했다. 잘 갖춰진 기본기와 축구 센스, 패싱력, 슈팅력 등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선보이며 또래 레벨 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U-14, 15 대표 등 '엘리트 코스'의 필수조건도 착실히 채웠다.

"(권)창훈이는 초등학교 시절 유소년 대표 경력 조차 없던 선수였다. 당시 창훈이 부모님께서 많은 조바심을 냈었는데 내가 볼 때는 조금만 지나면 주변에서 찬스를 받는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볼을 가지고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과 습득력이 워낙 좋았고, 연습경기와 실전 때마다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선수였었다. 스피드가 탁월하진 않아도 스피드 변화를 주는 타이밍이 굉장히 좋다. 동료들과 소통과 우월성 등을 컨트롤해주면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었다. 동료 선수들과 어떻게 편하게 축구할지에 대해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수동FC U-15 이승욱 감독

중학교 시절부터 많은 고교팀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은 권창훈은 여러 팀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매탄고(수원 U-18)에 진학했다. 프로 선수들과 같이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얻을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 등은 권창훈의 기량 발전을 덧칠해줄 수 있는 요소였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망주들과 경쟁도 큰 동기부여였다. 매탄고 진학 후에도 권창훈의 성장은 거칠 것이 없었다. 1학년때부터 조재민 감독(現 수원 스카우터)의 신뢰 속에 출전 시간을 보장받은 권창훈은 고학년 형들 틈 바구니 속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팀의 핵심으로 입지를 탄탄히 했다.

매끄러운 볼 터치와 침착한 경기운영, 예리한 패싱력 등은 이미 또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자자했고, 프로팀 선배들의 노하우와 기술 등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남다른 습득력까지 가미되며 대체 불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팀을 챌린지리그(K리그 주니어의 전신) 2연패로 이끌고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초고교급 선수라는 닉네임도 달았다. 당시 이창민(부경고. 現 전남 드래곤즈)과 함께 고교 미드필더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많은 축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쏠리게 했을 정도다. 스타병에 젖어있는 또래 선수들과 달리 축구 밖에 모를 정도로 지독한 열정과 노력 등이 뒷받침되며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시켰다.

▲2008년, 중동중학교 2학년 당시 권창훈은 선배들의 경기에 투입되는 등 일찌감치 이승욱 감독으로부터 기량을 인정 받았다. 2008년 서울시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당시 중동중을 이끌었던 이승욱(현재 수동FC 감독) 감독과 우측은 권창훈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권창훈의 순항은 이어졌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에서는 이창민과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김승준(울산 현대) 등과 함께 대표팀을 10년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1살 위의 형들과의 경쟁에서도 남다른 클래스를 선보이며 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에도 정상 정복의 열매를 맺는데 크게 일조했다. 각기다른 선수들과 함께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는 이타적인 마인드는 단연 압권이었다. 이듬해 터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을 8강에 올려놓는 등 '이광종의 황태자'로서 진면목도 함께했다.

"신체적으로 뛰어나진 않아도 기술적인 부분과 순간순간 상황 대처능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좋다. 개인적으로 아내와 중동중 바로 앞에서 빵집을 운영하시는 창훈이 부모님 가게에 3달 가까이 매일 갔을 정도로 창훈이를 스카웃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창훈이는 축구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선수다. 재능있는 선수들의 단점이 바로 게으르다는 것인데 창훈이는 부지런하면서 노력도 많이 하는 케이스였다. 또, 자기 관리도 철저해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많이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수원 조재민 스카우터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수원에 입단하며 탄탄대로를 거듭하는 듯 했지만, 프로의 벽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데뷔 첫 해 김두현(성남FC)과 오장은(수원 블루윙즈)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 가려 8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프로 무대의 거친 압박과 피지컬 등도 프로 초년병이 감당하기엔 녹록치 않았다. 상대 전략과 선수들의 패턴 등을 끈질지게 파고드는 '데이터 축구'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정원 감독은 권창훈을 쉽게 놓지 않았다.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던 서 감독은 1년 동안 꾸준하게 기량을 갈고 닦은 권창훈의 성실함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지난 시즌부터 출전 기회를 줬다.

서 감독의 두터운 믿음 속에 지난 시즌 20경기에 출전하며 프로 무대의 면역력을 키운 권창훈은 올 시즌 김두현이 빠져나가며 당당히 팀의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K리그가 올 시즌부터 만 23세 이하 선수를 필히 주전으로 1명 기용해야 된다는 규정도 권창훈에게 행운이었다. 권창훈은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 처진 스트라이커 등을 고루 소화하는 뛰어난 멀티플레이 능력을 앞세워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의 '히어로'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 도미노'에 울상을 짓는 수원이 그나마 웃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권창훈의 성장이 결정적인 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A대표팀 제주 전지훈련 명단에 잠시 이름을 올렸었던 권창훈은 약 7개월 뒤인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기어이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당시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부재로 큰 골머리를 앓던 대표팀에서 감각적인 패싱력과 그라운드를 쉴 새 없이 누비는 활동량, 묵직한 왼발 슈팅력 등으로 팀 플레이의 윤활유 역할을 다해내며 7년만에 동아시안컵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동아시안컵은 '미생'에서 '완생'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했다. 동아시안컵 이후 K리그에서도 물 오른 골 감각을 유지한 권창훈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라오스, 레바논 전에서도 대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의 남자'로 새롭게 거듭났다.

▲권창훈은 22세 이하(U-22) 대표팀의 일원이지만 A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두 대표팀에 모두 필요한 선수가 됐다. 그래서 권창훈의 축구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 사진출처 대한축구협회

4-1-4-1 포메이션의 처진 스트라이커로 포진한 권창훈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수능란한 슈팅력과 묵직한 왼발, 상대 수비보다 2~3수 이상 앞선 뛰어난 축구 센스, 노련한 경기운영 등으로 기성용, 구자철(아우구스부르크) 등과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연출했다. 라오스 전에서 2골을 기록한 권창훈은 지난 8일 레바논 원정경기에서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22년만에 레바논 원정 승리에 큰 공헌을 세웠다. 2경기를 통해 드러난 그의 플레이를 보면 전성기 시절 박지성과 고종수(수원 블루윙즈)를 합성시킨 것과 다름없다. 권창훈으로 인해 대표팀 전술 운용의 폭도 넓어졌다. 권창훈이 공격적인 색채를 마음껏 과시하자 기성용이 심리적인 부담을 벗고 좀 더 안정적으로 볼 배급에 치중할 수 있게 된 것도 전술의 다변화에 큰 힘이었다.

"축구를 바라보는 시야와 이해력이 남달랐던 선수다. 가르쳐주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흡수력이 굉장히 빨랐고, 몸으로 표현해서 보여주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에도 왼발 슈팅을 많이 연습하면서 골을 넣은 장면도 많았다. 더 높은 레벨을 갖춘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발전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했었고,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친구들과 만남에 젖어들며 기량이 정체되는 일부 또래 선수들과 달리 창훈이는 주변 유혹을 잘 이겨낼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하고자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수동FC U-15 이승욱 감독

"주변에서 고종수 코치님과 많이 비교하시는 모습인데 킥력과 공격적인 부분은 비슷하다. 그러나 창훈이는 고 코치님이 가지지 못한 활동량을 갖추고 있다. 중-고교 시절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다가 프로에서 경기 출전이 적어 자신감이 많이 결여됐었다. 하지만, 동아시안컵 출전하고 경기를 계속 뛰니까 한창 좋았을 때 폼을 찾은 것 같다. 주변 또래 선수들은 휴식 때 스마트폰 게임을 즐겨하지만 창훈이는 게임 대신 그냥 잠과 휴식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애 늙은이의 유형이다." -수원 조재민 스카우터

권창훈의 활약은 내년 1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본선 및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둔 U-23 대표팀 신태용호에도 큰 호재다.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A대표팀으로 불러들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신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권창훈의 다재다능함은 대표팀에 든든한 날개다. A매치 5경기에 출전하며 자신감과 기량 등이 한껏 물이 오른 상황이라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권창훈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복 차출 시 A대표팀을 우선시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신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이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대표팀과 권창훈 모두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불과 2달 사이에서 한국축구의 떠오로는 '아이콘'으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권창훈. 22살의 어린 나이에도 지독한 승부근성과 열정, 남다른 재능 등이 더해진 그의 힘찬 비상은 이제 막 출발지점에 놓인 것과 다름없다. 향후 10년 이상 한국축구를 책임져야 될 보물이기도 한 그이기에 큰 부상만 없다면 한국축구에 '장밋빛 미래'를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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