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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교눈높이 고등리그 왕중왕전 결산…프로 유스와 학원축구 전력 실감, "학원축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통의 강호들은 선전"
기사입력 2015-07-08 오후 7:48:00 | 최종수정 2015-07-13 오후 7:48:06

▲'2015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프로축구단의 든든한 물질적 지원에 힘입어 상위 입상을 찍은 좌로부터 현대고 박기욱 감독-광양제철고 김현수 감독-매탄고 김대의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2주 동안 경북 김천시를 뜨겁게 달궜던 예비 스타들의 향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15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은 프로 산하 유스팀의 강세가 여전히 지속됐다. 상위 4팀 중 3팀이 자리하며 투자의 힘을 그대로 증명했다. 그러나 일반 학원팀의 놀라운 투지와 정신력은 왕중왕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다.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진행된 이번 왕중왕전은 여느 해와 달리 각 팀들이 대학 진학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63경기 중 1/3이 넘는 22경기가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릴 만큼 숱한 명승부가 쏟아졌다. 현대고(울산 U-18)가 7년만에 처음으로 왕중왕전을 제패하며 5개 대회 중 4개 대회를 프로 산하 유스팀이 휩쓸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모든 힘을 다 쥐어짜낸 일반 학원팀들의 '유쾌한 도전'은 왕중왕전의 또다른 승자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학부모들의 돈 지갑에 명맥 유지하는 일반 학원팀 - 언남고, 동북고, 중동고, 신갈고, 안동고 등 전통의 강호 '이름값'

▲학원축구 전통의 강호들은 '2015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프로산하 유스팀들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전력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쳐냈다. 좌로부터 언남고 정종선 감독-동북고 장명진 감독-중동고 고윤호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사실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요약된다. 각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는 프로 산하 유스팀에 비해 일반 학원팀은 모든 조건에서 턱없이 열악하다. 학교와 교육청 등의 지원이 뚝 끊긴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월 회비 등을 통해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무상으로 선수들에 모든 지원이 이뤄지는 프로 산하 유스팀과 달리 학부모들의 허리는 나날이 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월 회비를 비롯한 대회 참가비, 숙식비 등 경제적인 부담이 항상 발목을 잡는다.

선수 스카웃에서도 프로 산하 유스팀에 비할 바 못된다. 프로 산하 유스팀에서 우수 자원들을 대거 싹쓸이하며 스카웃 할 풀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끌어모으는 프로 산하 유스팀의 '갈라티코 정책'은 일반 학원팀들의 심리적인 위축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각 포지션 별로 스카웃을 고르게 하는 프로 산하 유스팀의 풍족한 스쿼드가 부러울 지경이다. 이로 인해 프로 산하 유스팀과의 격차를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왕중왕전은 일반 학원팀들의 경쟁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무대였다. 일반 학원팀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언남고(서울)는 고교축구 전통의 강호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승제조기' 정종선 감독이 이끄는 언남고는 준결승에서 챔피언 현대고에 승부차기로 져 아쉬움을 삼켰지만, 8강에서 금석배 준우승팀인 대건고(인천 U-18)를 승부차기로 꺾는 등 프로 산하 유스팀을 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팀의 체면을 지켰다.

고교축구의 대표 '입상 보증수표'인 언남고는 특유의 기동력과 투지를 앞세워 프로 산하 유스팀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여름만 되면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특유의 팀 컬러는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의 안일한 정신력을 공략하는데 좋은 먹잇감이었다. 해결사 조영욱이 팀내 최다인 4골을 쓸어담으며 남다른 '킬러 본능'을 뽐냈고, 골키퍼 오찬식과 센터백 이지솔이 이끄는 수비라인도 뛰어난 수비 리딩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적절하게 틀어막았다. 첫 왕중왕전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학원팀의 자존심 만큼은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전통의 강호인 동북고와 중동고의 저력도 무서웠다. 2012년 FC서울과 U-18 팀 운영 협약이 종료되면서 일반 학원팀으로 전환한 동북고는 16강에서 대건고에 승부차기로 져 고개를 떨궜으나 움츠러들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통해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저학년때부터 주축으로 뛴 선수들이 올 시즌 고학년에 진급하며 팀 리빌딩의 방점을 찍고 있는 동북고는 빠른 공-수 전환과 패스 게임,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16강에서 붙박이 왼쪽 풀백 박치현의 부상이 너무나 야속할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동북고에게 이번 왕중왕전은 굉장한 소득이 있었다. 저학년때부터 꾸준하게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 고학년 진급 후 조직력이 한층 무르익은 모습을 보여주며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의 경쟁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했다. '캡틴' 황원준은 상대 팀에 따라 수비형과 공격형 미들필더를 보면서 탁월한 공수 가교약할을 수행하는 등 뛰어난 피지컬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밖에 홍승현, 김남규, 노현석 등이 한층 발전된 기량으로 왕중왕전에서 제 몫을 다해주면서 선수 개개인의 네임밸류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명가재건을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닦아놨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중도에 탈락했지만 학원축구의 분명한 자존심을 지켜낸 좌로부터 신갈고 이태엽 감독-안동고 최건욱 감독, 특히 SOL축구센터(영석고) 유성우 감독은 사상 첫 클럽팀 8강 진출이라는 반란을 이끌어 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사진 이 기 동 기자
  
학원축구의 든든한 보루 중 하나인 중동고도 32강에서 대건고에 져 고개를 떨궜지만, 오히려 대건고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 부산MBC배 3위팀인 중동고는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테크닉과 조직력이 한데 어우러지며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다. 빠른 원-투 패스와 측면 크로스로 상대 뒷공간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템포 축구'는 이미 고교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실제로 부산MBC배 준결승 맞상대인 개성고(부산 U-18)에 이어 대건고도 중동고의 기술축구에 혀를 내두르기 바빴다.

용인시축구센터 소속의 신갈고(경기)는 썩어도 준치라는 속설이 아깝지 않았다. 2011년 조석재(충주 험멜)와 정현철(경남FC) 등을 앞세워 패권을 거머쥔 신갈고는 빠른 원-투 패스를 바탕으로한 콤팩트한 축구로 꾸준함을 유지했다. U-18 대표인 박한빈과 김정환 등이 주축이 된 신갈고는 16강에서 SOL축구센터(영석고) U-18(경기)에 승부차기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탄탄한 공-수 밸런스와 선수 개개인의 기량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으로 고교축구 대표 강호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베테랑 최건욱 감독이 이끄는 전통의 강호 안동고(경북)의 관록 역시 박수를 쳐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까까머리'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을 중시하는 안동고는 16강에서 개성고에 져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지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끈함은 여전히 건재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기동력 축구와 팀 조직력도 초반보다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고, 산전수전 다 겪은 최건욱 감독의 경기운영도 상대 벤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통의 강호라는 수식어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시즌 첫 대회인 금석배 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천안제일고(충남)와 군산제일고(전북)는 지방 축구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보여줬다. 박희완 감독이 이끄는 천안제일고는 16강에서 매탄고(수원 U-18)에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전반 1분만에 선제골을 넣는 등 특유의 조직력으로 스쿼드의 열세를 극복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과거 성남의 전성기를 이끈 김이주 감독이 지휘하는 군산제일고 역시 16강에서 준우승팀인 광양제철고(전남 U-18)를 맞아 2골을 내주고도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잡초' 정신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기량과 강한 정신력 - 성인무대 진출 시 프로 산하 유스팀 출신 선수들 능가

▲학원축구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프로산하 유스 소속 선수들을 능가하는 맹활약을 펼쳐 보인 좌로부터 신갈고 박한빈-언남고 조영욱-동북고 황원준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전체적인 스쿼드는 프로 산하 유스팀보다 부족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중학교 시절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껴갔던 선수들이 일반 학원팀 진학 후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기본 뼈대가 확실하게 장착됐다. 이름값보다 자신에 맞는 학교로 진학한 뒤 팀 스타일에 성공적으로 융화되는 등 기량과 자신감이 몰라보게 축적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팀 스타일과의 융화는 곧 개인 뿐만 아니라 팀의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되는 '일거양득'을 누린다.

정신력 만큼은 오히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보다 일반 학원팀 선수들이 낫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이 물질적인 혜택을 등에 업으면서 안일한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면, 일반 학원팀 선수들은 이들에 갖춰지지 못한 강한 정신력과 투지로 축구에 대한 굶주림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실제로 각 종 대회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이 일반 학원팀들에 크게 고전하는 이유도 선수들의 정신력 차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 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반 학원팀들의 철저한 분업화는 생계 유지의 든든한 수단이다.

대학 및 프로 진출 등 성인무대에서는 일반 학원팀 출신 선수들이 프로 산하 유스팀들을 능가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파워와 템포,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성인 무대는 고교시절 소위 '볼 좀 찬다'는 소리를 들어도 경기에 출전한다는 보장 자체가 없다. 고교시절까지는 월등한 차이를 보여도 성인 무대에 나오면 모든 것이 원점이 된다. 이름값보다는 팀과의 융화, 선수들의 정신력 등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대학과 프로팀들의 스타일도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이 대부분 우선지명을 받고 기량 연마를 위해 대학 진학을 택하게 된다. 프로팀의 짜여진 견고한 틀을 갓 사회에 입문한 '초년병'이 뚫기란 쉽지 않기에 프로 진출을 위한 차선책인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지독한 매너리즘은 프로 산하 유스팀들의 병폐다. 대학에서 2~3년을 뛰고 바로 프로에 간다는 안일함이 내면에 사로잡혔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팀과의 융화 및 개인의 성장 등에서도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한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노력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것이 허풍이 아니다.

대학과 프로팀들이 일반 학원팀 출신 선수들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팀과의 융화다.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과 달리 축구에 대한 배고픔과 배우는 자세, 강한 정신력 등이 훌륭해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성인 무대 진출 이후 피지컬이 향상되면서 개인 기량도 동반 상승을 이룬다. 대학팀만 놓고봐도 각 포지션 별로 생존 경쟁에서 일반 학원팀 출신 선수들이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을 박차고 자리를 확고하게 다져놓는다. 인성적인 부분과 강한 정신력 등 역시 학원팀 선수들에게는 든든한 날개다.

▲학원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동안 연령별 대표팀에 단 한차례도 선발되지 못했지만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현재 한국축구 최고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이재성의 모습 ⓒ 대한축구협회
 
일반 학원팀 선수들에게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재성(전북 현대. 학성고-고려대 졸업)은 든든한 '롤모델'이다. 고교 3학년이던 2010년 왕중왕전 득점왕에 오른 이재성은 고려대 진학 후 3년 동안 동기 안진범(인천 유나이티드)과 막강한 '원-투 펀치'를 이루며 맹위를 떨쳤지만, 정작 연령별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이재성에게는 남들에게 갖춰지지 않는 근면과 성실, 정신력 등이 존재했다. 고려대 시절부터 매일 축구일지를 빼곡히 기록할 만큼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노력하며 팀 전체에 큰 귀감이 됐다.

고려대 3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전북에 자유계약선수로 입단한 이재성은 '신인들의 무덤'인 전북에서도 데뷔 첫 해부터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의 3년만에 K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처진 스트라이커와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양쪽 풀백 등을 고루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으로 '슈틸리케호'에도 올 시즌 꾸준하게 승선하는 등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A매치에도 4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하며 심리적인 동요가 큰 어린 고교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흔히 얘기한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꾸준하게 노력하고 발전을 거듭하면 살벌한 생존 경쟁에서 롱런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된다. 이는 일반 학원팀 선수들이 귀담아듣기에 충분하다. 고교시절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보다 저평가를 받고 일반 학원팀에 진학했지만, 강한 정신력과 훌륭한 인성, 뛰어난 기량 등이 합쳐지면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토끼와 거북이에서 막판 매서운 스퍼트로 토끼를 추월하는 거북이와 일맥상통한다. 물질적인 불리함을 투지와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일반 학원팀 선수들의 비상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K스포츠티비ㅣ황 삼 진 - 허지훈 기자 공동취재]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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