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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사건', 그만이 책임인가!
기사입력 2011-03-08 오후 12:54:00 | 최종수정 2011-03-08 오후 12:54:07

▲제주유나이티드는 7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홍정호선수에게 구단 관리규정의 최고 벌금인 500만원을 부과하며 박경훈 감독에게도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동일금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구단은 추가로 프로축구연맹의 징계여부와는 별도로 다음번 부산과의 경기에 홍정호선수를 1경기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 ⓒ 제주 유나이티드

2007년 가을 당시 수원 소속의 안정환은 2군 경기에 출전중 갑자기 관중석으로 난입하여 상대팀이던 FC 서울의 서포터즈들과 말싸움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며칠 후 안정환은 K리그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공식사과와 함께 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당시 사건의 발단이 서포터즈들이 응원 과정에서 안정환의 가족까지 들먹이는 인신공격성 야유를 퍼부은 사실이 알려지며, 오히려 안정환에게 동정론이 몰리고 일부 서포터즈들의 빗나간 응원문화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밖에도 2003년 울산 소속의 이천수는 수원과의 경기 도중 상대 서포터즈의 자극적인 야유와 인신공격성 문구가 담긴 피켓에 격분하여 그라운드를 나서면서 응원석을 항해 손가락 욕설로 응수하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07년 10월에는 울산의 골키퍼 김영광이 대전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대전팬들이 투척한 물병을 관중석으로 되던져 역시 출전정지와 벌금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선수와 팬, 정확히 말하면 일부 과격 서포터즈와의 대립은 K리그에서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최근 몇 년동안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불상사라고 할 만한 일들은 많이 사라진 편이다.

하지만 2011시즌 K리그가 의욕적인 출발을 알리는 시점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터졌다. 6일 제주와 부산의 경기에서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가 원정팬들을 향해 주먹감자 욕설을 날린 것이다. 부산 서포터즈 쪽에서 경기중 그라운드에 물병을 투척한 데 대하여 홍정호가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발끈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홍정호의 행동은 프로선수로서 용납될 수도, 용납해서도 안되는 행동이었다. 이날 홍정호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상대 선수의 플레이에 발을 밟히기도 하며 심적으로 예민해져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관중석으로부터 계속된 야유에 물병까지 날아들자 결국 평정을 잃고 폭발하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홍정호의 대응이 정당화기는 어렵다. 프로선수로서는 물론이고 국가대표로서도 앞으로 활약할 시간이 많이 남은 선수가 야유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평정심이 없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팀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책임대로 지더라도, 과정을 무시하고 선수의 미성숙함에만 모든 죄를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할 선이 있는 것처럼, 관중도 마찬가지다. 안정환이나 이천수, 김영광의 사례에도 그러했듯, 이런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처음 원인 제공을 한 '구타유발자들'의 잘못은 무시되거나 축소되고 나중에는 끝까지 참지 못한 선수들의 죄만이 기억되기 일쑤다.

예를 들어 유명인이 일반인과 폭행시비에라도 휩쓸리면, 전후과정이 어찌됐든 결국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만 부각되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구조다.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이런 사태들이 벌어졌을 때, 선수가 어떤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기록으로도 남게 되지만, 시간이 흘러 정작 문제의 발단이 된 서포터즈나 일반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경우에 지금까지 원인제공을 한 당사자들이 별다른 책임을 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해당 서포터즈의 이름을 내건 형식적인 사과(..라기보다는 유감표시)를 표방하고,  구단은 기껏해야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받는 정도가 고작이다. 현행 규정상 K리그에 이러한 관중들이나 응원폭력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섣불리 시도하다가는 그것이 자발적인 관중문화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속팀을 향한 열렬한 응원은 팬들의 권리이고, 야유도 어느 정도까지는 응원방식의 하나다. 하지만 도를 넘어 상대에 대한 적대적이고 악의적인 인신공격이나, 선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고 경기진행에까지 지장을 주는 돌출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런 것까지 스포츠 문화라는 포장으로 묵인하다 보면,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진흙탕 감정싸움이 되고만다. 그 피해는 곧 선수와 다수의 선량한 팬들에게 그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열혈팬이나 서포터즈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건강한 열정을 발산하는 팬들이다. 언제나 그렇듯 일부가 문제이다. 그렇다고 '그건 단지 일부일 뿐', '잘한 것도 많은데 왜 나쁜 면만 부각시키냐'는 식으로 넘어가서도 안된다. 환부를 엄격하게 도려내는 노력이 있어야 전체가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포츠건 종교건 정치건, 상대방에게는 엄격하면서 아군에게는 단지 내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관대하기만 하다면, 거기에서 이미 그 집단과 문화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로 굳어져 정체될 수밖에 없다. 

관중문화라는 것은 말그대로 결국 제도보다는 문화로서 자발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야유와 비난이 응원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면, 그 이전에 적절한 수위를 지키려는 팬들의 자정 노력이 따라야 한다. 선수들만이 단지 선수라는 이유와 응원문화라는 명분에 밀려 일방적으로 죄인 취급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축구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한 스포츠이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을 명분삼아 소수의 빗나간 팬심이 응원문화로 포장되어 선수들과 축구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ksport TV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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