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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자월드컵 유치 실패…"예견된 수순이었다"
기사입력 2015-03-21 오후 9:08:00 | 최종수정 2015-03-21 오후 9:08:40

현실에 맞는 투자를 해야된다는 말은 괜히 허풍으로 들리는 얘기가 아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유치권 확보에 실패한 한국에 딱 들어맞는 얘기다.

국제축구연맹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19 여자월드컵 개최지로 프랑스를 선택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미 2017년 FIFA U-20 월드컵(남자) 개최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3년 연속 FIFA 주관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따랐다.

여자축구의 인프라를 놓고 보면 한국은 처참한 수준이다. 2014년 11월 기준으로 전국에 초-중-고-대학교와 실업팀 숫자를 통틀어도 78개팀 밖에 되지 않는다. 등록 선수도 1765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팀 해체 등으로 줄어든 숫자다. 남자의 38343명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남자 A매치 유치와 광고 확보 등을 이유로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인기와 흥행에서 여자보다 월등하다고 판단해 남자 A대표팀에만 막대한 투자를 거듭한 것이다. 오는 4월 5일과 8일 러시아와의 A매치도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던 한국 여자축구에 기적적인 일이나 다름없다.

2009년 WK리그를 출범했지만, 성과는 극히 미비하다. 그동안 특정 지역을 순환하며 리그를 운영하다가 올해부터 홈앤드어웨이 제도를 겨우 도입하는 등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리그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다보니 관중 동원이 제대로 될리가 만무하다. 국제대회 성적과 관중 동원은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다.

여기서 하나 의문부호를 남기는 부분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 3위,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이후 여자축구 활성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여자축구 활성화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까지 초-중-고-대를 통틀어 45개팀을 더 창단해 여자축구의 뿌리를 튼튼하게 세우려는 의도였다.

5년여가 흐른 지금 상황이 달라졌을까? 정답은 단호히 'NO'다. 인력풀이 좁은 현실에서 선수 수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오히려 해체하는 팀이 비일비재할 정도다. 사회적으로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데다 농구와 배구 등에서 벌어지는 선수 기피 현상 등은 축구에도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놓고 정작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격이다.

그에 따른 차선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학교 내 잔디 구장에서 운동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축구는 맨땅에서 운동하는 팀들이 다반사다. 클럽 시스템을 통해 선수 수급의 다변화를 꾀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도 간과한채 팔짱만 기고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친 무관심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학부모 등의 심신도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다.

확실한 임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여자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일종의 무리수에 가깝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2019년 여자월드컵을 유치해 여자축구의 흥행을 꾀하겠다"고 공개 선언했으나 정작 여자축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뚜렷한 대안책은 없다. 암담한 현실을 방관만 하는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진흙탕' 싸움에 피를 보는 것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다.

2011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여자월드컵을 제패한 일본과 한국을 제치고 여자월드컵 유치권을 따낸 프랑스 등은 여자축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일본은 여자축구 팀만 해도 무려 1409명에 선수도 3만명이 넘는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연계 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각 종 국제대회에서 남자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3위에 오른 프랑스는 여자축구 리그 자체만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림피크 리옹과 파리 생제르망 등 '빅마켓' 구단에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포진하며 '리그앙(프랑스 남자 1부리그)'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한다. 등록 선수도 9만명이 넘는 등 여자축구의 인프라가 잘 정착됐다. 훌륭한 인프라는 성적으로도 직결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각 종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둔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축구 뿐만 아니라 여자농구와 여자배구 등에서 선수 부족 등으로 해체 수순을 밟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남자와 달리 유소녀 클럽 시스템이 전혀 없다보니 선수 수급에서도 매년 어려움이 되풀이된다. 학교 체육 시간을 통해 운동에 재능이 있거나 타 종목 선수들을 스카웃하는 것도 한계에 도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독단적인 정책도 여자축구의 앞날을 가로막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최근 초-중-고 운동부를 두고 있는 학교에 근거리 위주 선수 선발이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남자와 달리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데려와 스카웃하는 여자축구에는 엄청난 치명타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교육부의 '운동부 죽이기' 현상의 제물이 되는 것이다.

2019 여자월드컵 유치 실패는 한국축구 전체에 너무나 뼈져린 교훈을 일깨워줬다. 각 급 기관들의 유기적인 소통과 배려 등이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여자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등이 있어야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토양이 맑아진다.


[K스포츠티비ㅣ허 지 훈 기자] hjh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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