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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 K리그 득점왕 자존심을 지켜라!
기사입력 2011-02-28 오후 5:01:00 | 최종수정 2011-02-28 오후 5:01:18

▲탁월한 득점력으로 2010시즌 K리그 득점왕에 등극한 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 하지만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저조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 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는 지난해 의심할 나위 없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였다. 2010시즌 유병수는 31경기에 출전해 22골을 올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역대 최연소 득점왕이자 최연소 한 시즌 20골 기록도 세웠다. 경기당 0.79득점은 K리그 사상 최고의 득점률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병수는 활약에 비하여 이상하리만큼 저평가를 당했던 불운한 선수이기도 했다. 상복부터가 없었다. 유병수는 데뷔 첫해 2009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인천에 지명되어 그해 35경기에 출전해 14득점, 4도움을 기록했지만 정작 신인왕은 김영후에게 내줘야 했다.

2010시즌에는 득점왕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보였음에도 MVP는커녕 베스트 11에도 오르지 못했다. 6강 진출에도 실패한 인천의 팀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MVP까지는 무리였다고 해도 K리그 최고의 공격수에게 베스트11의 한 자리조차 허용하지 않은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유병수에게 더 큰 상처를 안긴 것은 대표팀에서의 시간이었다. 유병수와 대표팀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는 악연에 가깝다. 현재 인천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 시절이던 2008년 처음 A대표팀에 승선을 했으나 박주영과 이근호의 벽에 가려서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고, 첫 태극마크 데뷔전은 교체선수 초과로 정식 A매치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도 겹쳤다.

2010년 K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달고 유병수는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간판 공격수 박주영이 무릎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은 유병수에게는 기회였다. 드디어 대표팀에서 유병수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회는 유병수의 편이 아니었다. 지동원-구자철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유병수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호주와의 2차전, 단 한 경기에서 교체멤버로 단 24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교체멤버로 출전했다가 다시 경기 중 윤빛가람과 재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기대에 못 미친 움직임을 보였다는 질타의 의미가 강했다.

더 큰 후폭풍은 경기 후에 찾아왔다. 유병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날의 경기내용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되어 일파만파로 확대된 것. 사실은 자신의 부진에 대한 자책과, 일부 팬들의 과도한 비난 여론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것이었지만, 유병수의 발언은 언론에 의하여 조광래 감독에 대한 '항명'파문으로 확대되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유병수는 곧바로 해명에 나서서 공개사과했지만 파문은 이미 걷잡을 수 확산된 뒤였다. 조광래 감독은 유병수의 글에 대하여 문제 삼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시안컵에서 이후 더 이상 유병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유병수의 언행이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 역시 유병수에 대하는 방식이 공정하지 못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K리그 득점왕에 대한 예우 같은 차원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 명의 프로선수로서 유병수가 받았을 모욕감이나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했다.

유병수가 조광래 감독 자신의 전술적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아야 했고, 반대로 기왕 대표팀에 뽑았다면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유병수는 지동원이나 구자철처럼 스위칭에 능하거나 활동량이 넓지는 않지만, 문전에서 누구보다 강한 파괴력을 지닌 정통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선수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선수들을 맞추려는 타입의 지도자다. 유병수의 장점을 활용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다득점을 필요로 하던 약체 인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기회를 줄 수도 있었지만, 조광래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조광래 감독에게도, 유병수에게도 아시안컵은 '실패한 대회'였다(조광래 감독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K리그 득점왕들의 대표팀 불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게는 윤상철, 김도훈, 김현석, 우성용 등이 그러했고, 2009년 K리그 득점왕 이동국도 남아공월드컵대표팀에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K리그 득점왕들은 유독 대표팀에서 전술적으로 과소평가받는 측면이 있다.

물론 유병수는 아직 젊다. 20대 초반의 나이는 아직도 유병수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병수는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3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아직은 K리그에서 이룰 목표(우승, 챔피언스리그 진출, MVP 등)가 남아 있고, 대표팀에서 인정받지 못한 설움을 소속팀에서의 활약으로 만회할 수도 있다.

당분간 유병수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병수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유병수를 K리그용 공격수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병수에게는 유병수만의 장점이 있고, 꼭 그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하여 '조광래 스타일의 선수'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유병수가 K리그에서 당당히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무대로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유병수를 보는 선입견도 달라질지 모른다.

[ksport TVㅣ황 삼 진 기자] sj1210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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