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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팬들의 외침이 안들리 십니까.
기사입력 2011-08-24 오전 9:14:00 | 최종수정 2011-08-24 09:14

여름의 끝자락을 느끼게 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문학경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토요일 밤 9시 그곳을 다시 빠져나오는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20일(토) 저녁에 열린 K-리그 22라운드 인천 경기는 '벼랑끝 더비'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양 팀에 승리가 절박했습니다. 안방 팀 인천은 최근 9경기(7무 2패)를 치르는 동안 승리가 없었고 리그 최하위 강원은 최근 8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삼호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너무나 허무하게도 점수판은 0-0 그대로였습니다. 방문 팀 강원은 연패의 늪에서 일단 빠져나와 한숨을 돌렸지만, 안방 팀 인천은 지금까지 치른 정규리그 22경기 중 무승부 경기를 12경기로 늘렸습니다. 무려 54.5%의 무승부 적중률을 자랑하게 생겼습니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하여 경기 종료 직후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탄식 소리를 홈 팀 감독께서 못 들었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후반전 중반 쯤 인천 서포터즈는 예상했던 대로 "정신 차려! 인천!"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도 안 들렸다고 하시지는 않을테죠?

완패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

핀란드 VPS 바사라는 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문지기 권정혁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경기는 완패로 끝났을 것입니다. 방문 팀 강원 FC의 공격수 3인방(김영후, 서동현, 김진용)이 차례로 시도한 위력적인 슛을 그는 온몸을 내던지며 잘 막아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점유율(인천 47.955% - 강원 52.045%)도 밀린 참담한 안방 경기에서 승점 1점이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모인 5700여 인천 관중들은 그나마 고마워해야만 하는 건가요?

저는 2004년 3월 1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창단 기념 경기부터 문학경기장 동쪽 관중석을 줄곧 찾아온 팬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가 끝날 때 처음으로 그곳에서 쓰레기가 경기장 쪽으로 던져지는 것을 봤습니다. 일부 팬의 몰지각한 행동이지만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오르면 그랬겠습니까?

그 순간 선수들은 풀 죽은 표정으로 동쪽 관중석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그곳의 관중들 상당수는 모두 일어나 최선을 다해 뛴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반대편에 서 있던 허정무 감독님은 등을 돌려 라커룸 방향으로 들어가시더군요.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인천 서포터즈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한 서포터즈 일부가 경기 직후 구단 사무실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전달받았는지, 아니면 직접 알고 계셨는지 모르지만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언론사 기자들과는 면담을 하셨더군요. 이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인천 팬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 리빌딩?' 왜 인터뷰가 선수탓으로만 들릴까요?

공교롭게도 지금은 당신께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인연을 맺고 만 1년이 된 때입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님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팀을 '리빌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선수들은 물론 팬들과 함께 '유쾌한 도전', '유쾌한 축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지지하는 팬으로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 등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었을 때 욕심을 내야하는 것이죠.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 빠진 경기 운영 능력을 지켜보며 이런 기대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나를 통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를 사랑하는 팬들은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간절하게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기력으로 가당키나 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많이들 공감할 것입니다. 적어도 홈 경기를 통해서라도 당신께서 말씀하신 '유쾌한 도전, 유쾌한 축구'를 진정으로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도 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반전 경기력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박준태 선수가 교체로 들어오기 위해 옆줄 밖에 섰을 때 울려 퍼지는 영화 '슈퍼맨' 배경 음악이 들리면 덩달아 관중석의 우리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집니다. 과거 마니치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그 상황 자체만으로도 유쾌했던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토요일 강원 FC와의 맞대결 후반전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참고 지켜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후반전 유효 슛 '인천 0 - 강원 3'이라는 숫자만으로도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정말 권정혁 선수 아니었다면 고개조차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간판 미드필더 정혁과 유능한 드리블러 김재웅의 징계 결장과 노련한 측면 미드필더 전재호의 부상 때문에 경기를 운영하기 어려웠다구요? 그 부분은 우리 팬들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미추홀 프라이드라 불렸던 유병수(알 힐랄 FC)의 시즌 중 이적도 뼈아픈 일이었을 것입니다.

믿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 둘(FW 루이지뉴, MF 디에고)이 감독님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몇 게임 뛰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나갔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감독님이 의도한 2011 시즌 리빌딩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더라구요.

이 무기력했던 경기가 끝나고 당신께서는 인터뷰 중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내년에는 경험 있는 미드필드 선수들을 더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 팬들은 2012 시즌의 '리빌딩'을 또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까? 공사가 멈춰 있지만 숭의 아레나에 대한 부푼 꿈처럼 그런 모든 일들이 기다리면 정말 다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일개 팬으로서 건방진 부탁이지만 '선수 보강, 리빌딩' 이런 이야기는 이번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꺼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을 듣고 그라운드에 그대로 쓰러질 정도로 사력을 다해 뛰는 선수들의 마음에 작은 상처로라도 남을까 걱정이 되어 그렇습니다.

이제 문학경기장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딱 다섯 번 남았습니다. 지금 인천 선수들이 입고 뛰는 유니폼 뒤에 새겨져 있는 '아듀 문학(Adieu Munhak)'이라는 문구가 헛되지 않게, 시즌 초에 당신께서 내세운 '유쾌한 도전'이라는 글귀가 무색하지 않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박진감 넘치는 발걸음을 보고 싶습니다.

오는 27일 토요일 오후 7시 대전 시티즌과의 23라운드 안방 경기, 저는 여전히 동쪽 관중석 어딘가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기사제공 : k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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