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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취재] 조기축구와 학교운동장
기사입력 2010-10-07 오후 10:21:00 | 최종수정 2010-10-07 22:21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한국의 학교 운동장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바로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이다. 아마 도시지역에 소재한 거의 모든 초등학교와 대다수의 중학교, 그리고 일부의 고등학교 및 대학교 운동장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는 조기축구회들이 있을 것이다.


비단 일요일 아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활동이 활발한 조기축구회들의 경우에는 평일에도 새벽부터 회원들이 모여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시작할 무렵까지 공을 찬다.


그 광범위성과 참여 인원수, 그리고 연륜 등으로 두루 평가하건대, 조기축구회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풀뿌리 스포츠 활동 조직체임이 명백하다.


이러한 조기회 문화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하지만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혀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유럽 쪽에 나가있는 우리나라 유학생들의 말을 빌리자며 인류 최초로 축구를 시작한 영국의 경우 이렇다. 자신이 유학한 도시에서 칼리지 대항 정규 리그와 토요일마다 열리는 비공식적 축구 모임에 수년간 참여한 바 있다고 한다. 당시 축구 경기 후에 이어지는 선술집 뒤풀이 자리에서 영국 외에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 그리고 중남미 및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출신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조기축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할 때면 그 친구들은 황당해 했다고 한다.


그들로서는 이른 아침부터, 그것도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교 운동장에 성인들이 모여 축구를 한다는 것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기축구회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가 어려운 현대 한국 사회의 매우 특이한 단면이다.


조기축구회는 유신독재 시대로 접어들던 1970년대 초 박정희 정권이 전계한 도시지역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조직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조기축구는 '국민의 총화단결과 국민 체육 향상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정권에 의해 의의를 부여받았다. 그리하여 초장기에는 '새마을운동은 축구로부터'라는 슬로건 하에 행정조직망을 직접 활용하거나, 혹은 행정조직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던 지역유지들의 주도로 조기축구회들이 결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조기축구회들이 각 급 학교의 운동장을 전용구장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연유도 바로 이러한 관(官) 주도성 덕택이었다. 기자의 어린 시절 체험으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비어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려다가, 혹은 하는 도중에 수위아저씨에 의해 쫓겨날 때면, "왜 조기축구회의 어른들은 축구를 해도 되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쫓겨나야 하는가?" 하며 억울해 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당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 속에서 신체건강을 지켜줄 여가 스포츠 활동에 대한 욕구를 강렬하게 느끼고 있을 때였다.


도시지역 중년 남성들로부터 조기축구는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그에 따라 조기축구회도 관 주도 조직체로서의 성격을 떨쳐버리고 대중들의 자발적 스포츠 활동 조직체로서 빠르게 변화하여 갔다. 그리하여 '생활체육'의 시대가 시작되던 90년도 초에 이르면 조기축구회의 전국 조직에서조차 관 주도적 성격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조기축구회들의 활동방식에 변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바로 학교 운동장을 해당 학교의 체육교사나 서무주임 등의 비공식적 허락을 얻어 근거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운동장을 사용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학교 당국에 교내 체육시설을 새로이 마련하거나 유지, 보수를 하기 위한 비용의 일부를 찬조금으로 내는 관행도 여전하다.


또, 그 필요성은 인정되면서도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에 근거한 리그 제도가 한국의 풀뿌리 축구문화에 수용되기 힘든 근본 이유도 학교 운동장이 그 본질상 비공식적으로만 특정 조기축구회의 근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축구회와 관련하여 최근 기자의 주목을 끈 정책적 움직임이 한 가지 있다. 문화관광부와 각 시, 도교육청 주관 하에 올해부터 전국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건립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경우 향후 5년간 총 58개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우레탄 트랙을 설치키로 한 것이다. 서울시 외에도 국민체육공단, 문화관광부 등의 협조 하에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사업이라고 한다. 이는 축구 인프라에 있어 축구 선진국에 비해 필요한 잔디구장 시설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실정에서 문제점해결을 위한 거의 유일한 대안인 학교 운동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서는 대단히 환영할 만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기축구회 활동을 경험해 보았던 기자로서는 이 시도와 관련해서 염려스러운 면도 있다. 인조잔디가 깔리게 된다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인조잔디축구장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이는 해당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조기축구회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근에 사는 유소년 및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그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여타 축구동호인들의 욕구도 크게 높아지리라는 점이다.


그만큼 잔디구장의 매력은 축구동호인들에게는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굳이 축구는 하지 않더라도 어린 자녀들로 하여금 잔디운동장에서 자유로이 뛰어 놀게 해주고 싶어 하는 인근 주민들도 많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우레탄 트랙도 설치되는 만큼, 거기서 달리기나 걷기를 하려는 주민들의 욕구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 초, 중등학교 운동장의 작은 크기를 감안할 때 성인들의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트랙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하는 일은 상당한 충돌사고의 위험을 수반한다.


이상에 언급한 측면들은 현재처럼 학교 운동장이 맨땅인 상태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는 각종 갈등이 인조잔디가 깔리고 우레탄 트랙이 설치되고 난 후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다분함을 시사한다. 이에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비단 운동장 시설이라는 하드웨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자들은 깊이 고찰하여 슬기로운 대책들을 마련해주실 당부한다.
기사제공 : k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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