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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깨나 성적 고민...지도자의 운명
기사입력 2011-05-25 오전 10:55:00 | 최종수정 2011-05-25 오전 10:55:34

▲오랜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올 시즌 명문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황보관 전 감독은 리그초반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했다. ⓒ FC서울 

얼마 전 아주 익숙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알라딘과 마법램프’였다. 신바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등 어린 시절 자주 접했던 이야기를 수록한 옴니버스 책이었다. 특히 소제목이 눈을 자극했다. ‘천일야화’였다.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살펴봤다. 1000일 밤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황제(술탄)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죽이고, 앞으로는 어떤 여자든 첫날밤을 보낸 뒤 모두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셰에라자드라는 아가씨를 만난 술탄은 그가 매일 밤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 결국 자신의 ‘결의’를 포기하고 만다.

셰에라자드는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프리 연기를 기억하는가. 정열적인 붉은색 의상을 입고 연기를 펼쳤던 선율이 바로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년) 작곡의 관현악곡 ‘셰에라자드’였다.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셰에라자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1888년 4악장의 방대한 교향곡을 만들었다. 이후 미하일 포킨이 이 곡에 맞춰 1막짜리 발레 작품을 탄생시켰다.

필자는 책장을 넘기면서 마법적인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집중했다. 책을 읽으면서 황제를 즐겁게 해주려는 셰에라자드의 고민이 얼마나 컸을지도 생각해봤다. 셰에라자드는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듯하다. 1000일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한 최순호 전 강원 FC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강원FC

K리그 16개 구단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감독 체제로 올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강원FC 최순호 감독과 FC서울 황보관 감독이 물러났다. 이번 시즌 목표에서 멀어져가면서 두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들의 심정을 자세히 모르지만 매일매일 셰에라자드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거물 감독의 퇴장이 매우 안타깝다. 이를 두고 일부 축구인은 성적에 연연하는 풍토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구단 중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없다. 하다못해 예술작품도 관객 수 등으로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라 기업 지원, 팬들의 관심이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경기 내용이 좋아도 승리를 하지 못한다면, 박수를 열렬하게 쳐줄 팬은 극소수일 것이다.

언제쯤 감독들은 셰에라자드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팬들을 위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려고 매일 고민하는 것은 감독의 소임이자, 그들 스스로 원하는 바다. 중요한 것은 팬들도 감독의 처지가 돼서 셰에라자드의 고민을 함께 해보고, 감독 자리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ksport TVㅣ구 한 식 기자] khs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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